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 약물 XCOPRI는 2019년 11월 22일에 미국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 시판 승인을 받았다. 뇌전증은 뇌의 신경세포가 정상 범주를 벗어난 과도한 흥분 상태를 유발함으로써 나타나는 일시적 뇌 기능 마비 증상을 말한다. 이러한 뇌 기능 마비의 증상에는 의식 소실, 발작, 행동 변화 등이 있다. 본디 인간의 대뇌에서는 서로 섬세하게 연결된 신경세포들이 미세한 전기적인 신호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뇌 기능의 마비가 발생한다. 본질적으로 뇌전증은 이러한 문제에서 기인하나, 세부적인 기전은 다양하며 정확한 발병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뇌전증의 가장 흔한, 핵심적인 증상은 운동성 경련 발작이다. 임의의 어떤 뇌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뇌 영역이 관장하는 신체 기관의 물리적 동태에서 문제가 일어난다. 병의 경중에 따라 신체 일부가 가볍게 떨리는 것부터 온몸의 떨림 혹은 마비 등에 이르기까지, 증상은 다양한 양상과 강도로 발현된다.
뇌전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뉘는데, 70% 이상의 환자들이 약으로 병을 조절할 수 있다. (ASM: anti-seizure medication) 뇌전증의 경우에는 약물치료에 동원되는 의약품종이 일반적으로 항경련성 약물인데, 이 리뷰에서 다룰 약물인 ‘Cenobamate’ (브랜드명 XCOPRI) 역시 부분적 발작의 빈도를 줄이는 기능을 한다.
어떤 약물들은 특정 질병이나 문제상태를 ‘치료’ 하기 위한 과정에서 쓰인다. 질병을 낫게 하기 위해 처방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ASM들은 다르다. 이들은 간헐적 발작 증상을 완치하기 위한 약물이 아니고, 발작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도하기 위해 매일 복용하는 예방성 약물이다. ASM의 작동 원리는 뇌의 과도한 전기적 활동 저해를 통한 발작 발생요인 제거이다.
발작 개선을 위한 약물들 가운데 XCOPRI가 경쟁력을 가지는 까닭은 XCOPRI는 USFDA에서 시판 허가를 받을 당시 단독투여와 병용투여(폴리테라피) 모두 허가받았기 때문이다. 뇌전증 약물은 내성이 생기는 순간 약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호전 효과가 드라마틱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에 한 약품에 내성이 생길 경우를 생각하면 동일 기능을 수행하는 약물의 가짓수가 많을수록 좋다. 하나의 ASM에서 다른 ASM으로 변경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두 번째 ASM을 추가하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용량으로 천천히 늘리고 원래 약물을 천천히 줄인다. 그러나 몸이 약물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복용 약물을 한번에 바꾸는 것은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약과 더불어 조금씩 함께 섭취가 가능한 XCOPRI는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을 가진다. 특히 ‘Lacosamide’ 를 제제해 만든 빔펫이라는 뇌전증 약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새 약물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 환자들이 XCOPRI로 눈을 돌리면서 XCOPRI의 수요는 더욱 증가했다.
더불어, XCOPRI는 타 뇌전증 조절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 그렇기에 XCOPRI를 복용할 때는 타 항경련제를 덜 섭취해도 무방하다. Cenovamate를 복용하기 시작하거나 복용량을 증가시키는 동안 클로바잠, 라코사미드, 페니토인 및 페노바비탈과 같은 약물들의 복용량을 낮출 수 있다. 그러면 부작용을 더욱 감소시키고, 환자에게 맞는 적절한 비율의 약 처방을 용이하게 찾아낼 수 있다. (Dose Adjustment… 논문 참조) 또한 임상실험에서 XCOPRI를 복용 중에 있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완전발작소실’, 즉 정상적인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보였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샀다.
세노바메이트가 시작되거나 세노바메이트의 용량이 증가함에 따라(그러나 부작용이 발생하기 전에) 클로바잠, 라코사미드, 페니토인 및 페노바르비탈을 포함한 특정 발작 약물의 용량을 낮추도록 권장합니다. 다른 발작 약물의 용량을 줄이면 종종 부작용을 멈출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하면 다른 발작 약물의 정기적인 용량을 낮출 수 있다.
이런 각광받는 약물인 XCOPRI의 개발은 약 20년 전 시작되었다. SK바이오팜은 2001년 뇌전증 신약의 후보물질 탐색을 시작했고, 그로부터 6년 뒤 미국 FDA로부터 첫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승인받았다. 이후 2008년부터 건강인을 대상으로 임상1상을 완료한 후, 2015년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을 마치고 최종적으로 2018년 임상3상을 완료했다. XCOPRI의 임상공개연장연구(OLE)의 긍정적인 현황은 지난 2021년 6월 <Neurology>에도 기재되었으며, 앞으로의 전망 역시 기대받고 있다.
1~3회의 ASM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발작이 치료되지 않던 성인 환자 355명을 대상으로 일 년간 XCOPRI를 투약하는 연구도 있었다. 1년간 지속적으로 투약한 환자들 가운데 13~16% 환자에게서 발작이 사라졌다. 발작 경중은 지속적으로 투약한 환자들 가운데 발작 빈도가 연구 기간 동안 최대 76% 감소했다. 연구 3~4년차에 접어들었을 때는 치료를 받은 환자의 75%가 발작 빈도가 50% 이상 감소했다. 뇌전증이 치료하기 어려운 병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긍정적인 변화이기에 의학계가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XCOPRI의 매출로 인해 SK바이오팜은 2024년 흑자 전환 예정이다. XCOPRI 매출은 2022년 상반기 미국에서만 720억 원에 육박했고 미국 외 지역에서의 총매출은 922억 원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고, 엑스코프리는 환자군 확대와 시장 확대로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엑스코프리는 현재 만 18세 이상의 환자들을(성인들을) 대상으로 FDA 품목허가를 받은 상태이기에 어린아이나 청소년에게는 처방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SK바이오팜은 현재 XCOPRI에 대한 미국 소아 임상 3상을 진행 중에 있다. 소아 임상에 성공하면 XCOPRI는 미국에서 2세부터 17세까지의 뇌전증 환자에게도 처방이 가능한 뇌전증 약물이 되는 것이다. 해당 나이대의 뇌전증 환자가 전체 뇌전증 환자의 30%를 넘어서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 성공은 뇌전증 약물 시장에서의 XCOPRI의 시장점유율을 큰 폭으로 높이는 일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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