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기록

청소년 문학 추천: 마법에 걸린 엘라 | 사랑과 동화와 성장의 이야기

728x90

 

마법에 걸린 엘라

소설 '마법에 걸린 엘라' 의 주인공 엘라는 미워할 수 없는 고집스러움과 엉뚱하면서도 섬세한 사고방식을 가진 당차고 사랑스러운 소녀이다. 엘라의 다정함과 톡톡 튀는 매력은 엄마인 엘리노어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며 물려받은 것으로, 병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의 생전에 함께 저택 계단 난간에서 미끄럼을 타고 장난을 치던 엘라의 추억들은 이야기에서 종종 언급된다.

엘라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는 다른 흔치 않은 특이사항들이 여럿 있었는데, 우선 엘라에게는 '저주가 내려졌다' 는 것이다.

 

처음부터 바보 요정 루신다가 나에게 저주를 내리려 한 건 아니었다.
선물을 주려던 것이었을 뿐.

 

소설은 위 문장과 함께 시작한다. '마법의 걸린 엘라' 의 세계관에는 요정들이 존재하고, 그 외에도 도깨비나 켄타우루스와 같은 신화와 동화 속 생명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엘라에게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관통하는 선물이라는 이름의 저주를 내린 것도 루신다라는 요정이었다.

 

 

"

내가 아무리 달래도 그치지 않고 막무가내로 빽빽 울어 대자 루신다는 내 눈물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요정 루신다는 엄마를 보고 딱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내 코를 만졌다.
"내가 주는 선물은 복종이란다. 엘라는 언제나 복종하게 될 거야. 아가, 이제 울음을 그쳐라."
나는 울음을 뚝 그쳤다.

"

 

 

루신다가 내린 저주로 엘라는 명령하는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야만 하게 되었다. 복종은 아주 끔찍한 저주였다. 절벽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면 뛰어내려야 했고, 누군가를 공격하라고 하면 공격해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복종할 때까지 온몸이 아주 고통스러워졌다. 고집불통인 엘라의 성격에, 복종에 거부하려는 시도도 여러 차례 하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었다. 아무리 하기 싫은 일이라도 몸이 꾸역꾸역 움직였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엘라에게는 요정 대모인 멘디가 있었다는 점이다. 멘디는 엘라의 엄마 엘리노어의 요정 대모였기도 했다. 요정 대모는 소소한 마법들로 엘라를 도와준다. 가령, 번개처럼 빠르게 짐을 꾸린다든지, 감쪽같이 감기가 낫는 시럽을 준다든지, 읽으면 읽을수록 늘어나는 소중한 책을 선물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루신다가 저주를 내린 직후에 엘리노어와 멘디는 필사적으로 이를 철회하려고 했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멘디는 어린 엘라가 자라고, 기숙 학교에 보내지고, 저택에서 하녀 노릇을 하고, 어엿한 숙녀가 되어 무도회에 가는 동안 내내 엘라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 준다.

 

 

 

샤 왕자

엘라의 성장 과정과 인생 이야기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샤 왕자는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처음 등장한다. 샤 왕자는 엘라가 살고 있는 키리아의 왕자로, 실제 이름은 샤몬트이지만 엘라에게 자신을 샤 왕자라고 불러 달라고 한다. 샤 왕자는 말괄량이에 함께 있으면 즐겁고 재미있는 엘라에게 호감을 느낀다. 엘라가 기숙 학교에 있다가 여러 시련 끝에 자기가 살던 저택에서 새엄마와 이복 자매들의 시중을 드는 하녀 신세로 전락했을 때, 샤 왕자는 아이오사라는 곳에 있었고, 엘라의 안타까운 처지는 알지 못한 채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엘라는 지치고 힘든 나날들 가운데에서도 샤 왕자의 편지를 기다리며 힘을 내게 되었다. 그리고 샤 왕자는 이렇다할 말상대가 없던 아이오사에서의 단비 같은 엘라와의 대화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며, 점점 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

상상 속에서 나와 주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공작이 아니랍니다. 바로 당신이에요.
내가 만약 지금 프렐에 있다면 당신에게 무슨 얘기를 했을지 알아요. 줄잡아 세 번은 당신을 만나서 얼마나 기쁜지 말했을 겁니다. 아이오사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테고, 아이오사에서의 여행, 특히 짐을 싣고 가던 말 한 마리가 토끼를 보고 놀란 나머지 펄쩍펄쩍 날뛰었을 때의 모험에 대해 시시콜콜 얘기하겠지요.
-
문제는 내가 당신의 반응을 도무지 짐작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당신은 나를 너무 자주 놀라게 해요. 놀라는 게 좋긴 하지만, 내가 만약 당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면 이토록 당신이 그립지는 않을 텐데. 나의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해요. 당신이 당장 나에게 답장을 써 주는 겁니다.
"

 


"

멘디가 그러는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대요. 다른 사람을 탓하는 사람과 자기 자신만을 탓하는 사람. 나는 세 번째 범주에 속하죠. 정말로 비난받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 왕자님도 비난받아 마땅해요. 왕자님의 잘못은, 사랑하는 이들을 보호하는 데 지나치게 열을 올린다는 거예요. 결점이기도 하고 미덕이기도 하죠. 얄미워!
왕자님이 저에게 결점을 솔직히 털어놓으셨다 하더라도 저는 솔직해지고 싶은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어요. 왕자님 자신을 위해 알아서 제 결점을 찾아내셔야만 해요. 그리고 왕자님 스스로가 성미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긴 했지만, 용서하는 법을 배우도록 해 보세요.

"

 

 

 

"

친애하는 엘라,
조바심치는 게 늘 내 약점은 아니었는데, 당신의 편지가 나를 괴롭히는군요. 내 말에 안장을 얹고 프렐로 달려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해 달라고 조르고 싶게 만드니 말이에요.
당신의 편지는 장난스럽고, 흥미진진하고, 사려 깊고 (가끔씩은) 심각하기도 해요. 나는 편지를 받고 기뻐 날뛰지만, 그 편지는 나를 근심에 사로잡히게 한답니다. 일상생활에 대해 전혀 털어놓지 않으니 당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 도리가 없잖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이런저런 상상을 해 보는 게 재미있긴 하니까요. 그런데 내가 정말로 알고 싶은 것도 당신은 도통 대답해 주지 않는군요. 내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수도 없이 암시를 주었는데도 나에 대한 당신의 감정이 어떤지 묵묵부답이니.

"

 

 

 

샤 왕자는 거듭해서 엘라에게 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어느 날 결국 청혼의 말을 담은 편지를 보낸다. 엘라 역시 샤 왕자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녀가 왕자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에게 저주가 내려진 것을 알면 사람들이 자신을 이용해 샤 왕자에게 해를 입히거나 키리아 왕국을 위험에 빠뜨릴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결국 엘라는 거짓말과 상처 주는 말들로 편지를 써 샤 왕자의 청혼을 거절한다. 그러나 돌고 돌아 둘이 다시 만나게 됐을 때, 엘라는 처음으로 복종의 저주를 거부하는 데 성공한다. 왕자와 왕국을 향한 그녀의 사랑, 처음부터 그녀 안에 있던 힘이 끝내 저주를 이겨낸 것이다. 후에 둘은 결혼하고, 엘라는 공주 직분을 한사코 마다하며 왕국의 언어학자가 되었다. 멘디는 또다시 엘라와 샤 왕자의 아이들의 대모가 되었고, 선한 모두가 행복한 끝을 맞이했다.

 

 

 

21st Century Cinderella

"이제 여러분과 똑같은 신데렐라를 만나 보세요"

위 문장은 이 책의 옮긴이의 말의 초입이다. 실제로 엘라의 상황은 신데렐라의 그것과 비슷한 면이 꽤 있다. 새엄마와 이복 언니들에게 괴롭힘을 받고, 검댕을 뒤집어쓴 채 무도회에 가지도 못할 상황에 처하지만 요정 대모의 마법을 빌려 무도회에 다녀오고, 그곳에서 왕자와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열두 시가 되면 무도회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신데렐라 스토리와 엘라의 이야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데렐라는 왕자가 그녀를 찾아내고 유리 구두를 신겨 보고 청혼하기까지의 일련의 상황에 크게 개입하지 않지만, 엘라는 자기의 이야기를 자기가 직접 써내려갔다는 점이다. 엘라는 왕자가 다시 한 번 얼굴을 마주하고 청혼했을 때, 이복 언니로부터 '왕자와 결혼하라' 는 명령을 받았음에도 왕자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저주와 강하게 맞서 싸웠다. 끝내 저주에서 벗어나 자유 의지를 되찾은 그녀는 길었던 싸움의 승리를 알리듯 '나는 왕자님과 결혼하지 않겠어! 절대로, 아무도 나에게 강요하지 못해!' 라고 외치고, 직접 왕자에게 청혼한다. 그 과정을 곁에서 모두 지켜본 멘디는 엘라를 꼭 안아주며 이렇게 말한다. "너는 자유야. 아가, 저주가 끝났다. 네가 왕자님의 목숨을 구했을 때 너 자신도 구원한 거야. 아가, 너무 기쁘고 자랑스러워 고함이라도 치고 싶구나."

 

주체적이고 당당하고, 결코 굴복하거나 기죽지 않는 엘라의 이야기는 대담하고 영웅적이며 그렇기에 사랑스럽다. 끊임없이 불어닥치는 시련에 정면으로 맞서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배울 점을 시사하며, 읽는 이도 그녀와 같이 꼿꼿한 자세로 운명과 저주에 맞설 용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