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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

무의미하지 않아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거라고 지난날이 말해주고 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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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뭐든 글을 쓰고 싶어서 이렇게 새 창을 열었어요. 저의 이야기를 조금 해 볼까 해요.

해야 할 일은 늘 그랬듯 너무 많은데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새벽이에요. 시간이 흐를수록 이 마음은 더 심해져요. 저는 자꾸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가 봐요.

포스팅의 제목은 제가 좋아하는 동생이 추천해 준 노래의 가사에서 따 왔어요. 새벽에 어울리는 노래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Try Again' 이라는 노래를 추천해 주었어요. D.EAR와 NCT 재현이 부른 곡인데 정말 제가 생각했던 새벽과 잘 어울려서 놀랐고 기뻤어요. 또 다른 제가 좋아하는 언니는 기리보이의 '긴 밤' 과 빌리 아일리시의 'Six Feet Under' 를 추천해 주었어요. 듣고 싶은 노래 타입을 콕 집어 추천을 부탁했는데 이렇게 곧바로 얘기해 주는 사람들을 알고 지낸다는 건 큰 축복이에요. 앞의 세 곡을 듣고 지금은 'Six Feet Under' 가 재생되는 중인데, 이것도 참 좋아요. 뭔가 회색의 새벽? 을 떠올리게 되는 노래예요.

방금 무심코 마지막 가사를 들었는데 너무 마음 깊숙이 와닿아요.

Help

I lost myself again

But I remember you

 

 

여러분은 자기 존재가 미웠던 시기가 있나요? 그런 날 말고 그런 시기요. 저는 그런 시기가 있어요. 그건 바로 지금, 요즘이에요.

우울해지고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는 날들은 종종 있어 왔어요. 그런데 하루가 아닌 며칠간 이런 기분이 지속되는 건 처음이라

당황스럽고 너무 괴로워요. 제가 지금까지 해 온 잘못들, 잘못하고 있는 그 순간 속의 내 모습들, 미래에 대한 막막함, 그리고 이런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한 제 자신에 대한 후회와 자책 같은 것들이

까만 파도처럼 마구마구 밀려오고 있어요. 그러면 저는 거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누구에게도 어느 순간에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속절없이 침식되어 뚝뚝 깎이는 거예요. 파도가 부서지는 돌 절벽이 눈에 보이지 않게 깎여 나가는 것처럼 말이에요.

 

마음이 너무 계속계속 괴로워서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요... 떠오르는 가설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제가 하루하루 하며 보내는 일은 제 일이 아니라는 거예요. 제가 절대 잘하지 않는 일이라는 거예요.

이렇게 쓰고 있노라니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못하는 일을 하는데 자신있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유년 시절에는 못하는 게 있었더라도 욕심이 있는 일이라면 기죽지 않고 당차게 맞섰던 것 같은데

그때는 제가 못하는 일은 세상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불가능' 의 못함 말고, '탁월하지 않음' 의 못함이요. 저는 제가 세상 모든 영역에서 뛰어날 거라고 막연하게 믿었거든요. 어린아이의 흔한 착각 아닌가요? 제 유년 시절은 그랬어요.

못해도 극복할 수 있겠지, 나니까, 뭐 열심히 하면 잘하게 되겠지. 시간이 지나면 잘하게 되겠지. 늘겠지.

이렇게 가져왔던 어떤 것을 향한 믿음은 좁게는 4년, 넓게는 7년에 걸치며 파도를 맞았어요.

비가시적으로 살점이 떨어져 나가던 돌 벽은 다른 곳을 보다가 고개를 돌이켜 보니 아주 가파르고 날카로워져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오랫동안 못해왔던, 늘 발목을 잡던, 그 일을 삶의 9할로 삼은 채 지내고 있거든요.

대체 왜 그런 일을 하느냐 궁금하실 수도 있는데

저도 이제 잘 모르겠어요. 내 인생을 고를 때 내 자신에 대해서도 좀 고민해보고 골랐어야 했는데, 인생에서 가장 건조한 시기를 겪으면서 특정할 수 없는 무언가로부터 보이지 않는 폭력을 겪으면서, 내면은 당연하다는 듯 밀려나고 그저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을 만한 선지를 골랐던 것 같아요. 남들은 다 고민하는 '선택' 을 쉽게 하면서 왜 다른 사람들은 이걸 이렇게 어려워하는지 의아했는데, 그릇된 마음으로 한 선택이라 쉬웠던 거예요. 결정하는 데에 고민이 많이 들어가는 게 당연한 문제였던 거예요.

 

그걸 더 실감한 건 그저께 어디엘 다녀왔을 때예요. 근래 느려터진 것처럼만 느껴지던 제 일상과 대조적인 물살을 지닌, 너무나도 재미있고 행복했던, 제가 너무나도 온전히 제 자신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사담도 거의 없이 쭉 브리핑과 피드백만 했는데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끝나는 게 아쉬웠던 그런 시간이었어요. 저는 그동안 잔뜩 주눅들어 있었는데, 그날은 생각이 마구마구 떠올랐어요. 생각나는 의견들을 열심히 말했어요. 돌아오는 반응들이 너무 생경하고 짜릿하고 감사했어요. 의견이 너무 좋아서 놀랐다, 아이디어 뱅크 같다, 이 기사 네가 쓴 거였냐, 너무 좋아서 여러 번 읽었다, 이런. 제가 직접 말하기 민망하지만 정말 고마웠고 기억하고 싶은 말들이었어서 쓸게요! 하여튼 하기 싫은 일을 하며 눈물 흘리던 순간들에보다 그 때 더 후회되더라구요. 좋아하는 일로 전공 안 고른 게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쌓여 있는 할 일들 앞에 앉은 채 너무 막막해서 또 울었어요. 저 자신을 향한 가장 잔인하고 모질고 날카로운 말들을 끊임없이 일기처럼 썼어요. 보여줄 만한 것들은 아니어서 옮기지는 않을게요. 다만 나에게도 어떤 다른 재능이 있을 텐데, 어떤 적성이 있을 텐데, 어쩌면 그게 어떤 것일지 내 자신도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는데, 그것과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면서 내 일상에서 내 재능이 전혀 보여지지 않는 생활

그게 정말 괴롭고 못 견디겠다고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너무 힘들다고

그런 생각을 했어요.

 

불건강한 생각이 많이 들어도 고충과 문제와 걱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니 실제로는 입 밖으로 내어 놓지 않으려고 해요. 그건 나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 필사적으로 긴장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고민을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게 맞는 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불특정한 사람도 아니고 특정한 지인에게 내 문제를 늘어놓고 우는소리를 하는 것은 제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에요. 안 하겠다는 뜻이에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요. 마음이 위태로워서 문제를 털어놓을 것 같다 싶으면 자리를 최대한 빠르게 파하고, 높아진 의존적인 성향을 의식적으로 눌러 낮추고, 잠시 그 사람과 만날 일을 줄이는 게 남에게 징징대지 않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필요한 분이 계시다면 참고하셔도 좋아요. 질리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선 긋는 사람이 되는 게 천억 배 나을 것 같아서 생각해 본 방법이에요.

 

그래도 어딘가 한 군데에다가쯤은 제 머릿속에 든 이런 요즘의 생각들을 남겨 놓고 싶어서, 그게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였나 봐요.

인터넷에 일기를 쓰는 건 지양해야 할 종류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렸을 때는 인터넷에 절대로 글을 남기지 않았는데,

지금은 제가 누구인지 굳이 밝히지 않아도,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굳이 지정하지 않아도 어쨌든 누군가에게는 닿을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그리고 그 누군가가 부담스럽게 느낀다면 그 글을 뒤로 가기 버튼 한 번으로 건너뛸 수 있다는 게 참 큰 메리트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참 감사합니다. 이렇게 글로 털어놓은 덕분에 요 며칠 새 가벼울 날 없었던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 것 같아요.

 

그럼 좋은 밤 보내세요!